- 글은 쓰고 싶은데 모니터 앞에 앉는 것이 두렵다.
-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을 텍스트화 하는 것이 어렵다.
- 떠오르는 생각을 쓰더라도 그걸 남들이 보는 곳에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
요즘 나의 큰 고민이다. 글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데 글쓰기는 왜이리 힘든건지. 사실 일기장에 글은 매일 쓴다. 올해 들어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일기를 썼다. 하지만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되고 나조차도 다시 읽을 일이 거의 없는 일기는 글쓰기 실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껏해야 오늘 있었던 일을 다시 떠올려서 정리하고 나중에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 용도 밖에 안된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싶다. 그런 글을 매일 써내고 싶고, 매일 키보드로 무슨 글이라도 한편 뚝딱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글쓰는게 점점 두려워지고 있다. 이걸 고치려면 솔루션이 필요하다.
정지우 작가의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에서는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거의 모든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심지어 백지 앞에 앉는 일이 새롭게 여행을 떠나는 일처럼 신나고 설레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 상태가 될 때까지 매일 쓰기를 지속하고 지금도 매일 하고 있다는 것이 부럽다.
책의 프롤로그에 있는 글을 바탕으로 내 식으로 조금 문장을 바꿔서 다시 써봤다. 작가가 생각하는 글쓰는 몸을 만드는 법에 대해 알아보자.
글쓰는 몸을 만드는 법
글쓰기에서 핵심적인 것은 먼저 글쓰는 몸을 만드는 일이다. 구체적인 구상이 없더라도 일단 자리에 앉으면 먼저 손가락이 움직이고 그러다보면 손이 마음을 이끌고, 마음이 머리를 이끄는 그런 상태를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
무언가 시작하기 두려운 마음은 대부분 비슷하다. 매일 바다에 뛰어드는 해녀를 예로 들어볼까? 평생동안 물질을 해온 해녀들도 매일 시퍼렇게 요동치는 바다가 두려울 것이다. 단지 숨 한번 꾹 참고 들어가 어제처럼 오늘도 무심한 척 일을 해낼 뿐이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들어간 바닷속에는 언제나 살아있는 풍성함이 가득하다. 매일 들어가도 새로운 것들이 항상 어딘가에서 자라고 있다.
광활한 바닷속에서 살아있는 무언가를 수확해오는 것, 이건 생각보다 아주 짜릿한 일일 것 같다. 바닷속에 들어가야만 보이는 것, 느껴지는 것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무섭도록 넓으면서도 고독한 곳, 하지만 동시에 온갖 살아있는 것들이 헤엄치며 자라고 있는 곳. 글쓰기의 세상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해녀들도 바다가 두렵고, 작가들도 글쓰기가 두렵다.
단지 숨 한번 훅 참고 뛰어들 뿐.
무서운 파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글쓰는 사람이 백지 앞에서 느끼는 공포도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글을 써도 하얗게 깜박이는 모니터를 보면서 느끼는 막막함은 줄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해보자. 수영 전 준비운동을 하듯 눈 딱감고 손을 키보드에 올려놓은 뒤 우선 첫 문장을 적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떠오르는 다음 문장을 이어서 적어본다.
실타래처럼 엮여나오는 생각들을 쓰고 지우고 고치며 쓰다보면 어느덧 익숙하고 고요한 나만의 바다 속에 들어와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그런 일이 하루 이틀 지속되면 나도 실력좋고 시크한 해녀같은 몸이 되어있을 것이다. 언제든 글쓰기의 바다에 뛰어들 자세가 되어있는 몸, 두려움을 숨 한번으로 쉽게 떨칠 수 있는 몸.
푸르고 넓은 나만의 글쓰기 바닷속을 상상한다. 그 바닷속은 나만의 것임과 동시에 다른 글 쓰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모두가 매일 똑같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그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들어가기만 하면 수많은 아이디어와 글감들이 아름답게 헤엄치고 있고, 나는 얼마든지 그것들을 수확할 수 있다. 나는 단련된 해녀처럼 무심하고 용감하게 숨을 한번 훅 참고 푸른 바닷속으로 훅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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