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하나가 지구로 돌진하고 있다. 그 소행성은 8개월 뒤 지구와 충돌할 것이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멸종할 예정이다. 지구 종말을 막을 방법도 도망갈 방법도 없는 상태다. 나는 남은 8개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까?
<종말에 대처하는 캐럴의 자세>라는 넷플릭스 미드는 8개월 뒤 멸망할 예정인 지구에 살고 있는 캐럴의 일상을 보여준다.
종말을 앞둔 사람들은 모든 일상을 집어던지고 해보지 못했던 모든 걸 해보면서 산다. 자유연애를 하고, 마음껏 여행을 다니며 남은 일생을 후회없이 보내고자 한다. 하지만 캐럴은 남은 시간동안 무얼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부모님께는 서핑을 배우고 있다고 거짓말 했지만 새로운 걸 배우는 것 따위 관심없다. 단지 원래 지켜왔던 평범한 일상을 지속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다 혼란 한가운데에서도 아무일 없다는 듯 일이 돌아가는 불 켜진 사무실을 발견하는데… 캐럴은 집중해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몰래 들어가 일을 시작한다. 잠깐, 종말이 코앞인데 자진해서 사무실에 출근을 한다고?
지구에 종말이 찾아와도 사람은 저마다 지키고 싶은 일상이 다르다. 캐럴은 자기 방식대로 일상을 지키면서 점점 마음의 안정을 찾아간다.
종말을 앞두고 가장 의미있는 여생을 보내려면 뭘 해야하지?
지구 종말 앞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남은 여생인 8개월동안 무얼 하면서 보내야 가장 후회없는 마지막 여생이 될까. 누구나 인생이 언젠가 끝난다는건 알지만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죽을 것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끝이 언제인지 안다는 건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더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얼마전 길거리에서 70세 이상의 노인들을 인터뷰한 영상을 봤다. 젊을 때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나 나이들고 보니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었다. 대부분이 젊을 때는 물질적인 것, 좋은 차, 좋은 집,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나 나이들고 보니 가족, 사랑하는 사람, 좋은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보면 뻔한 말이라 생각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여기에 핵심이 있을 수도.
사람은 보통 지금부터 적어도 3~40년 이상은 더 살거라는 계획하에 인생을 살아간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어느 정도 희생하면서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은 여생이 짧아질수록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은 의미를 잃게 된다. 지금 내가 원하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으로 중요도가 이동하는 것이다. 남은 여생이 짧을 때는 나의 시간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 즉 사랑하는 사람들, 건강, 편안한 마음이 가장 우선순위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만약 8개월 뒤에 지구의 종말이 찾아온다면 어쩌면 나도 생각보다 평범한 생활을 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과 안정적인 일상을 누리는 것,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고 맛있는 것을 먹고, 손잡고 산책을 하고, 좋은 풍경을 함께 보는 것, 그리고 서로에게 최대한의 애정표현을 하는 것을 가장 중요시 할 것 같다.
시간을 압축해보면 중요한 것이 보인다. 남은 여생을 50년에서 10년, 1년, 3개월, 하루로 점점 축소하며 생각해보면 나에게 중요한 것이 뭔지 보인다.
사람은 생각보다 연약한 존재다. 언제든 어떤 일로든 죽을 수 있다. 내가 당장 내일 죽는다고 해도 억울한 마음이 들지 않으려면 현재를 누릴 줄 알아야 한다. 당장 내일 모레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의연할 수 있을만큼 현재의 행복을 틈틈이 누리면서 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보면 내가 곧 죽을거라고 생각하고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오늘의 나를 최대한으로 누리는데 그것보다 좋은 방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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