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소녀

게으른 완벽주의자 대신 부지런한 허당이 되자

온라인에서 이 문구를 발견하고 완벽주의자에 대한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임시저장해뒀다.

완벽주의란

나의 완벽주의에 대해서 자세히 써보려고 했으나 뭔가 과학적인 지식도 가미하면 좋을 것 같았다. 완벽주의에 관한 책 한권을 골라서 읽기 시작했다. 아마 나는 책을 읽다가 도저히 전문가만큼 완벽하게 쓰지 못할 것이란 걸 깨닫고 글쓰는 걸 포기하겠지. (그래서 그냥 내 생각을 써보기로 했다)

위의 패턴 자체가 게으른 완벽주의에 대한 완벽한 설명이다. 잘하고 싶어서 너무 많은 준비를 하다가 제풀에 지치거나 자신감을 잃고 나가 떨어지는 일. 세상의 완벽주의자들이 아마도 비슷한 과정을 겪지 않을까.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망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그렇다.

반대로 힘빼고 얼렁뚱땅 도전 했는데 어쩌다보니 잘 된 경우도 있었다. 방바닥을 뒹굴다가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로 대충 만들어본 온라인 토론클럽이 생각보다 아주 잘 돌아가서 TV 토론 프로그램에도 종종 출연하는 꽤 잘나가는 오프라인 토론 클럽이 되었던 경험이 있다. 그때 잘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클럽을 아주 대단하고 완벽한 클럽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뭐라도 열심히 하고 싶어서 아무생각없이 꾸준히 했던 것들이 이상하게도 성과를 얻었다.

완벽하게 준비해서 시작할 수 있는 건 없다. 내 딴에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 했더라도 내가 원하는 결과를 못내면 결국 실패에 대한 충격만 커질 뿐이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어서 SNS를 운영해보려고 생각중이다. 시작할 때부터 완벽하게 브랜딩해서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완벽한 필명을 짓고, 사람들이 원하는 완벽한 글을 술술 써내는 작가 코스프레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마 이런 마음으로 SNS를 만들면 분명히 얼마 안가 사람들의 무반응에 상처받거나, 언제나 완벽한 글을 쓰려고 분투하다가 결국 글쓰기 자체를 그만 둘지도 모른다.

완벽은 상태값이 아니라 과정이다

완벽함을 특정 상태값이라고 여기면 삶이 고달파진다. 완벽함이란 만들어가는 과정이란 걸 알아야 한다. 완벽이란 상태가 존재한다면 그걸 뛰어넘는 그 다음이 있을 수 없다. 평생 단 하나의 작품만 내놓고 사라지는 예술가가 되고 싶은게 아니라면 평생 조금씩 나아지는 길을 택하는 것이 낫다.

피카소는 평생 50,000점 이상의 작품을 창작했다고 한다. 그 중 우리가 아는 유명한 그림은 2~30점에 불과하다. 피카소는 완벽한 상태값을 찾은 것이 아니라 양을 늘려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작품의 퀄리티를 높여갔다.

이 글을 아무도 안볼거라고 생각하니 글쓰는게 아주 편하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무명의 시기는 서글프긴 해도 그 나름대로 자유롭고 행복한 시기다. 내가 무슨 글을 갈겨쓰든 아무도 뭐라고 안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세상은 당신이 완벽한 상태이길 바라는게 아니다. 조금씩이라도 매일 성장하는 것이 가치있고 멋있는 것이다.

그러니 완벽주의 같은건 다 집어치우고 지금 당장 나의 부족한 본질을 마주하고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부족한 글이라도 매일 시간이나 글자수를 정해놓고 쓰는 것이다. 성장과정에 대한 기록과 스토리텔링은 무엇보다 강력하다. 어느날 해성처럼 나타난 천재보다는 무명시절을 이겨내고 성장한 사람의 서사에 마음이 가는 건 당연하다. 더 재밌고 매력적이니까.

게으른 완벽주의자 보다는, 부지런한 허당이 되자.

이상, 내가 나에게 남기는 글

확실한 게 없어도, 매일 글쓰기